내 친구 '료' ^^
살아가면서 진정한 교감을 나눌 수 있는 친구를 만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더구나 그 친구가 외국인이라면 더욱 그렇다.
일본 국제교류기금에 처음 도착했을 때 내 앞방에 묵게 된 료는 카드키가 열리지 않아 애를 먹고 있었다.
짧은 일본어와 영어로 대화를 나누고 그 친구를 도와주면서 정말 너무 쉽게 친구가 되었다.
우리 둘은 꼭 붙어다니며 늘 깔깔대며 웃고 다녔는데,
이를 본 선생님과 외국인 친구들은 우리 둘이 어떤 언어로 의사소통을 하는지 참 궁굼해 했다.
둘다 일본어회화는 기초 수준이었고, 난 영어 회화도 신통치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 둘은 짧은 일본어로도 의사소통이 가능했다.
문법이 틀리고 표현이 부족해도 신기할 정도로 서로의 말을 알아듣고 수다를 떨기까지 했다.
그때는 수업이 끝나면 다른 친구들과 함께 자전거를 타고 쇼핑을 가거나 바닷가로 산책을 가는게 일이었다.
저녁이면 내방에 다들 모여(내방이 제일 깨끗했으므로..^^) 와인이나 맥주 파티를 열곤했다.
료와 나는 싸우기도 많이 싸웠는데, 우리는 싸울 때면 장문의 편지를 주고받곤 했다.
(둘 다 회화는 신통치 않았지만.. 일본어 독해와 작문은 수준급이었다. ㅋ)
편지를 써서 서로의 방문 밑으로 밀어넣기를 반복하다 보면 곧 화해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료와 헤어지던 날... 간사이 공항에서 서로의 비행기를 타기 위해 헤어지면서 정말 많이 울었다.
그토록 짧은 시간에 정이 든 사람은 료가 처음이었다.
서로 각자의 나라로 돌아가 둘다 똑같이 대학강단에 서고,
논문이나 자기 공부로 바쁜 나날을 보내면서도 늘 메신저로 대화를 나누고 메일을 주고받았고... 료를 보기 위해 내가 홍콩에 가기도 했다.
생각해보면 참 특별한 인연이다. 료와 같은 외국인과 서로의 고민을 나누고 우정을 나누리라고는 생각치 못했었는데...
한동안 답신이 없던 료에게서 메일이 왔다. 아버지가 위암 말기란다.
얼마 못사실것 같다고...곧 애인도 영국으로 공부하러 떠나는데 너무 막막하다고 한다.
여러가지 위로의 말을 전했지만 메일로는 너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정말 오늘따라 료가 많이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