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엘리펀트맨'이라는 영화를 본 적이 있다.
신경섬유종 때문에 기이한 외모를 갖게 된 존 머릭(19세기 영국 실존 인물)에 관한 영화인데..
그 영화를 보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건 '차라리 내가 바보였다면 이런 외모를 가진 고통을 몰랐을지도 모른다'는 그의 독백이었다.
그는 보통 사람보다 예민한 감성으로 인해 자신의 외모와 병으로 인한 고통을 몇십배 더 처절하게 느끼고 있었다.
영화를 보는 내내 꽤나 안스러운 감정으로 그를 지켜봤던 기억이 있다.
윗 그림은 지현곤이라는 카투니스트의 작품이다.
그는 초등학교 1학년 때 앓게 된 척추결핵으로 인해 40년간 방안에 누워 지냈다고 한다.
인터뷰한 기자가 아무런 교육을 받지 못한 사람이 어떻게 이런 언어를 구사하는지 모르겠다고 놀라워할 정도로..
그는 논리적으로 자신의 생각과 지나온 인생을 담담히 밝히고 있었다.
"진정 미쳐버리거나 완전히 바보가 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겠는데. 저는 미치지도 않고 그렇다고 그냥 단순한 사람도 아닌 게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기는 하네요. 그게 말씀하신 대로 저의 운명의 한 형체가 되어버리는 거죠."
아마.. 이 대목 때문일거다.. 오래전 보았던 '엘리펀트맨'이 생각난 것은...
어느 순간 스스로 글을 깨우치게 됐다는 그는 손에 쥐어지는대로 책을 읽고.. tv를 보며 세상과 소통하면서 ..
어릴적부터 자신에게 유일한 위안이 되준 만화를 따라 그리기 시작했다고 한다.
91년 만화 공모전 입상을 시작으로 얼마전에는 그의 작품전이 열렸고..
전혀 배우지 못한 사람이 이 경지에 오른 것은 불가사의라는 평을 받고 있다.
자신이 걸을 수 있으리라는 허황된 꿈은 꾸지 않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달을 사계절 모두 볼 수 있는.. 남쪽으로 난 창문이 있는 집에서 살고 싶다는..
그의 말이 가슴에 많이 와 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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